목록인문 (7)
부엉-로그
세상에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책에는 목소리가 결여된 것들이 많다. 사람마다 일정 수준의 독서량을 달성하면 목소리의 유무를 알게 되고, 나아가 개인이 좋아하는 목소리를 구분하기에 이른다. 문학은 비교적 목소리가 또렷이 들리는 편이다. 그런데 문학이 아닌 책에서도 이따금 목소리가 들린다. ‘여덟 단어’가 그랬다. 박웅현은 여덟 개의 단어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정리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작가는 변하지 않는 것에 주목한다. 나 또한 그렇다. 인간의 삶은 어떤 한 점을 향해 나아간다. 이따금 옆으로 새면서 설렁설렁 가는 것 같아도 멀리서 보면, 변함없이 점을 향해 가고 있다. 점을 바라보는 위치가 멀어질수록, 한 인간의 여정은 더욱 곧은 직선이 된다. 이런 사실을 경험과 사고로 깨닫게 되면 삶에 여..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등장해 핫한 키워드가 된 것도 꽤 오래전 일이다. 유행이야 어찌됐든 자존은 중요한 문제다. ‘자존감’은 ‘자존심’과 사뭇 다른 뉘앙스로 쓰이곤 하는데 사실 자존감이든 자존심이든 ‘자존’의 의미는 같다. 허무하다. 그렇지만 특정 단어가 사람들 인식에 어떻게 박였는가는 의사소통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다. 어쨌든 나는 단순하게 ‘마음’이라는 말을 쓰고 싶다. 건강한 마음. 삶에 있어 마음의 건강은 몸의 건강만큼이나 중요한데, 우리는 때때로 그런 사실을 망각한다. 책에 좋은 내용이 많아 수긍하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많은 책에서 나를 사랑하라고 말한다. ‘자존감 수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이 말이 좀 못마땅하다. 애초에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이..
아주 오래전 책의 제목만 보고 골랐던 책이다. 최근 다시 읽었다. 과거에 흥미롭게 읽은 책을 다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람은 결국 책보다 자신의 관점을 더 믿어야 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반드시. 훌륭한 책이라도 다시 읽게 되면 미심쩍은 구석이 보이게 마련이다. 이럴 때는 한 번쯤 독서를 멈추고 생각해봐야 한다. 해라, 해라, 하는 책은 별로인데 이 책도 유난히 하라는 게 많았다. 책을 다 읽고 뭔가 떨떠름한 기분이 들었다. 사고방식을 바꾸라는 등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책인데 이는 경험상 독서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자기계발서라면 흔히 발견되는 특징 같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부모님의 잔소리와 비슷한 양상을 띤다. 그나마 좋은 자기계발서는 흥미로운 동시에 실생활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어야 ..
4년 전 읽고 적잖이 영향을 받았던 책이다. 최근 다시 읽어 보니 색다른 느낌이다. 사각지대가 보이는 느낌? 사람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사람의 열 가지 장점보다는 한 가지 단점을 찾아내는 못된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대할 때만은 더없이 관대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4년 전에는 책이라는 물건의 정체성을 제대로 몰랐었다. 책의 정체는 둘째 치고 나의 정체성을 몰랐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겠지만. 책의 맹점 두 가지가 기억에 남았다. 이 두 가지는 사람에 따라 사소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첫 째. 책에서 자주 인용했던 속담 중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말이 있는데, 독자는 으레 주인 역할만을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밥 먹고 OO만 하면 누가 못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과거에는 나도 자주 쓰던 말이다. 나는 그동안 이 말을 몇 번, 행동으로 옮겼다. 밥만 먹고, 혹은 끼니도 거르고 PC게임을 했다. 마찬가지로 종일 영화를 보기도 하고, 일에 몰두하기도 했다. 나는 프로게이머가 되지 못했고, 영화감독이나 평론가는 물론, 여느 일에서도 내로라할 업적을 이루지 못했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지 5년째인데 등단은 세상이 지어낸 허구처럼 느껴진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하나 달라진 것이 있었다. 관점. 하루 종일 게임을 하며, 영화를 보며, 일하며,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질문을 던졌다. 질문이 다가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왜 노력해도 안 되는 걸까. 노력이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재능에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걸까...
책을 덮고,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유능한 창작 코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에릭 메이젤. 25명의 창작자와 그들의 고민에 따른 코치의 혜안이 담긴 책이다. 선생의 지혜로운 코멘트를 살짝 엿보기로 하자. 가장 중요한 일을 필두로 2주간의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실행한다. 결과를 보고한다. 피드백 후 다시 3주간의 계획을 세운다. 코치의 요구 사항이 꽤나 간단해서 착각하기 쉽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결과, 절대로 쉽지도, 간단하지도 않았다. 나의 경우, 하고자 하는 일이 비교적 명확한데도 그랬다. 정신없이 삶에 치이며 하루하루 보내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우리는 누구나 꿈이 있다. 삶에 찌들어 잊고 지낼지언정. 결혼, 아이들, 직장, 인간관계 등의 행복을 위한 요소가 문득 삶의 커다란 장애물로 느껴진..
먼저 독서에 관한 생각을 했다. 재미있는 점은 한 권의 책을 열 사람이 읽으면 열 가지 새로운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물론 비슷한 부분이 있을 수야 있겠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분명 다르다. 는 내게 몹시 어려운 책이었다. 소설만 고집하던 내게 인류 역사의 방대한 지도를 펼쳐 보이는 이 책은, 개인적인 관심사와는 동떨어진 부분이 많았다. 그럼에도 눈을 반짝거리며 읽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난생 듣도 보도 못한 용어와 역사적 사건들을 많이도 언급한다. 종속과목강문계, 주입식 교육의 산물이 힘을 발휘했다. 망각하고 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 것이다. 사피엔스라는 명칭은 가장 하위 분류인 종에 속한다. 속은 호모, 종은 사피엔스. 우리도 여타 동물과 다를 것 없는 동물에 불과했다. 지금은 멸종한 다른 호모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