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로그
동네 양복점 맞춤셔츠 본문
회사에 다닐 때도 셔츠는 맞춰 입어 본 적이 없었다. 지금은 직장에 다니지 않아 매일 셔츠를 입을 일이 없는데도 몇 달 전쯤 내 이니셜이 박힌 셔츠를 한 장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태원이나 명동에 가서 저렴한 가격에 맞출 생각도 안한 건 아닌데, 정말로 나를 위한 '맞춤'셔츠를 한 장 사고 싶었다.
가장 기본인 하얀 셔츠를 동네 양복점에서 5만원 주고 맞췄다. 동네 양복점이 사라지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내 마음을 담아. 아저씨가 능숙하게 치수를 재고, 원단은 내가 직접 골랐다. 이틀 쯤 걸렸나? 꽤 만족스러운 셔츠를 받았다.
요즘은 결혼식이나 장례식에도 캐주얼을 하고 가기 때문에 셔츠 입을 일이 별로 없는데도 가끔은 셔츠 입고 싶은 날이 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을 때? 아니면 좀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은 날 그렇다. 딱히 어른스러운 걸 좋아하지도 않고, 잘 보일 사람도 없지만 그런 종류의 상상을 하며 셔츠를 맞췄던 것 같다. 팔이 짧은 편이라 기성복 셔츠는 대부분 팔이 긴데, 확실히 맞춤은 그런 걱정이 없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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